뭔가를 학습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고한다.
사실 멋진 사람이 한 말을 주워 들은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다.
언어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나는 문법, 단어부터 차곡차곡 배우는 걸 못 견딘다. 뭐 끈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다만 아무튼. 그래서 수능 영어도 문법 공부는 딱히 안 했고, 토익도 문법 공부를 거의 안 했다. 그래도 대충 90점 대, 800중반 대는 나오더라. 살 만 하다. 게으르다고 보면 게으른 게 맞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틀이 맞춰져있다고 꼭 그 틀의 흐름대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대학교 커뮤니티의 구성원 분들이 top-down과 bottom-up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학습 방식인지 토론하는 걸 지켜본 기억이 문득 나는데, 말하자면 난 완전 top-down 파다.
뭔가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공부한다는 건, 보기에만 좋고 입으면 세 걸음 이상 걸을 수 없는 이상한 드레스같다. 정말 그게 본인한테 잘 맞고 '난 이렇게 차근차근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한 것 같지 않다'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 몸과 머리로는 도저히 그 개념을 소화할수가 없다.
필요를 느껴야 몸이 움직이는 나는 대학 공부를 할 때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다. 보통은 목차를 눈에 잘 들어오게 한 페이지에 쭉 펼쳐서 그려놓고는 한참을 쳐다본다. 파트들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전체적으로 내가 공부해야 할 주제가 뭔지, 그 주제를 이해하려면 세부주제로 뭘 이해해야하는지 살펴보다보면 사실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된다. 이쯤되니 내 머릿속에는 top-down이나 bottom-up이 별 다를게 없어보인다. 그 개념이 이게 아닌 건가?
암튼 이런 방식이 나한테 잘 맞다는건 20살 가을에 깨달았다. (별 계기는 없었다. 그냥 그해 여름에 삶이 갑자기 살만해졌고, 공부가 할만해졌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시기다.) '자기주도학습은 이것부터 시작이었구나..! 난 여태 책 앞에서 고통만 받고 공부는 안 한 거였어..' 라는 생각을 하며,, 실제로 내 방식을 찾은 후 같은 양을 공부하고 또 같은 성적을 받았는데도 그 학습에 걸리는 시간과 부담이 현저하게 줄었다. 공부 효율이 늘었다! 야호
수능도 쳤고 심지어 재수도 했으면서 자기한테 잘 맞는 방법을 몰랐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고 돌아보면 그 땐 그냥 뇌를 빼놓고 했던거다. 내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부모님이 받쳐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내일 웹프로그래밍 기말 시험인데, 이번엔 한번..! bottom-up에 다시 한번 도전해봤다가 내일 시험 치러가기 싫어져서 급히 방향을 top-down으로 틀었다. (사실 top down도 아니다. sonnet에게 문제 만들어줘!! 내가 다 풀어볼게 라며 자신만만한 메시지를 보내고는 쏟아지는 문제들을 외면한채 글을 쓰는 중) 재밌게 문제나 몇개 풀다가 시험 치러가야지, 어차피 가서도 문제 풀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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