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25, 2025

a caso


20살 가을에 몰스킨 다이어리를 하나 샀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데나' 메모를 남기던 시절이었어서, 기록장 치고는 꽤 과소비를 한거였다. (영수증, 햄버거 take out 종이, 휴지, 등............ 정말 모든 곳에 아무데나.... 남겼다) 그 다이어리는 1페이지부터 끝까지 텅텅 비어있었다. 하드 커버에 책 가름끈도 있고, 노트 밴드도 있었고 심지어 맨 뒷장엔 포켓도 있어서 정말 나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노트였다.

(정말 완벽한 노트였다. 색상을 검정색으로 고른 나의 선택을 후회하며 다음번엔 레드를 사겠노라 다짐했지만,,,,,,,,,,,,,)


이 다이어리를 사기 전에는, 친구를 따라 모트모트 6개월짜리 플래너를 다이어리로 썼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난 그 다이어리도 잘 썼는데, 처음엔 하루에 딱 한 페이지로 정해진 공간이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었다. 매일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날짜를 써두고, 하루 종일 드는 생각이나 메모를 한 페이지에 다 적는 게 재미가 있었고, 또 나중에 몰아 읽어도 꽤 재미가 있었다. 결국 마지막엔 그 경계가 허물어져 종이가 너무 낭비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실 다이어리라 하면 이렇게 매일 할당된 크기의 공간에 그날의 다른 내용으로 채워가는 노트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텐데, 원래는 나도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쓴 다이어리도 다시 읽어보면 정말 재미있긴 했지만, 내가 다이어리를 쓰는 방식은 스페인 여행 이후로 변했다.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친구로부터 여행 스크랩북을 선물로 받았다. 여행 기간동안 내 생일을 해외에서 보낼 예정이었는데, 정말 고맙게도 몇몇 친구들이 미리 내 생일 선물을 챙겨준 것이다. 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 스크랩북을 받아 들고는 이렇게 된 김에 내 여행을 다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검정사인펜과 얇은 잉크펜,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를 함께 챙겨갔다.


분명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도 막상 여행을 떠나니 모든 걸 그 공책에 담아가고 싶었다. 그 공책을 열면 여행 첫날 입은 옷, 그리고 다른 친구가 생일 축하, 여행 선물 겸 건네준 스페인 주의사항 노트가 붙어있다.


스크랩북 첫장

그 다음장부턴
비행기표, 비행기에서 먹은 꼬냑, 처음 묵은 호스텔 명함, 미술관 입장권, 마그넷 포장종이, 생수라벨, 미술관 설명서, 영수증, 곳곳에 인상깊었던 장면 그림, 젤라또집 휴지.. , 인상깊었던 장소에서 산 엽서(뒤에는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빼곡히 적어뒀다), 친구들과 저녁먹고 그린 크로키, 지하철/버스 표 등..


사실 두번 다신 갈 일이 없을 나라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기록을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지금은 일상 다이어리에서도 이렇게 기록한다.

왜냐??

하면,,,


결국엔 과거도 두번 다시 갈 일이 없을 거니까? 사실 뭐 여행지야 트라우마가 남은 게 아닌 이상 또 갈 일이 없다는 단언을 할 수는 없지만, 과거는 정말 두번 다시 갈일이 없다. 타임머신이 있는것도 아니고, 생긴다고 해도 미래로 가는 것보다 과거로 가는 것이 더 위험할 것이라고들 말하니까.



그래서 내 첫 몰스킨 다이어리에는 온갖 기록이 다 되어있다. 정말 온갖 기록이다. 일단 커버부터 온갖 게 다 붙어있는데, 내가 좋아하던 커뮤니티의 스티커, 내가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산 신발의 태그, 정말 맛있었던 용과 농장 스티커, 처음으로 선물 받은 컵 스티커, 마음에 드는 펜 스티커, 마음에 드는 브랜드 스티커 등... 누가 보면 지저분하다고 할만큼 붙어있는데, 이것부터 다 기록이다.


다이어리를 열어보면 더 온갖 게 붙어있다.

다이어리를 사면, 바로 그 다이어리를 들고 근처 셀프사진관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다이어리의 맨 앞장에 붙여놓는 나만의 전통 의식같은 걸 하는데, 이 다이어리에도 그게 붙어있다.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 한달가계부, 일기, 플래너, 메모, 그림,  영화입장권, 증명사진, 내가 좋아하는 카페 스티커, 프로젝트 기록, 음식 그림기록, 오늘입은옷 그림기록,  대출확인증, 오늘먹은음식기록, 음료주문스티커, 아스파라거스 키우는방법, 내가만든책갈피,야구입장권, 종종인상깊었던 문구들, 약도, 스탬프(여행하며찍은), 포스트잇에 적어뒀던 메모들, 전시회입장권, 여행갔다가 사 먹은 생수라벨.. , 동생이 나한테 남긴 포스트잇 메모, 내 취향을 전부 글로 써보겠다며 시작했다 초라하게 끝맺은 짧은 글.. , 다 쓴 카드, 지하철 승차권, 등........)

진짜 별 게 다 있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다이어리를 쓰는 동안은 네이버 블로그 한달일기도 함께 썼는데, 뭔가 같은 내용을 여기저기에 쓰자니 귀찮고, 재미도 없었다. (같은 내용일 필요가 없었는데 그땐 그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일기장엔 주로 감정이 과잉된 상태에서 글을 남겼다. 혹은 너무 개인적인 일을 기록하고 싶거나,, 


아무튼 이 글을 쓰는 건, 그 다이어리를 드디어 다 썼기 때문이다. 사실 뒤에 몇 장 남긴 했지만. (그냥 미래의 내가 남길 방명록 자리를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뭔가 되게 금방 다 쓸 것 같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것같다. 이제 보내 줄 때가 된.................
신발상자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열어서 읽어보고 이렇게 기억하는 글을 하나 남긴다.



안녕 신발상자에 들어가서도 곰팡이 생기지 말고 잘 지내. 금방 찾아갈게









Tuesday, June 24, 2025

Erik Satie

는 내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피아노 연주 영상의 주인공이다.

연주자가 그의 곡을 느리게 연주하는 영상인데, 언제든 재생 버튼을 누르면 50분 동안 삶이 평온해진다.

그가 연주하는 곡의 제목도 모르지만 그냥 그 영상을 좋아한다.

지난 1년의 여느 날들과 다름없이 오늘도 그 영상을 틀었다. 그런데 오늘는 어째서인지 연주를 듣다가 문득 에릭 사티의 다른 곡들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가장 위에 뜨는 50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는데... Gymnopedie No.1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이게 에릭 사티의 곡이었다니... 어쩌면 내 취향은 처음부터 에릭 사티 당신이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취향의 숨겨진 원천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기쁨에 헛웃음이 나왔다.

Gymnopedie No.1은 내가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해준 곡이다. 중학교 시절에 처음 들었는데, 어쩌다 접하게 됐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춘기를 겪는동안의 기억에 묻어 여러모로 좋아하는 곡이다. 그렇게나 소중한 곡의 작곡가도 제대로 몰랐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그리고 노래는 자연스럽게 다음 넘버로 진행이 됐다.

 

이럴 수가....

Gymnopedie No.1도 첫 음 첫 소절에 반해 여태 내게 가장 소중한 클래식 음악이라 말해왔는데

두번째로 흘러나온 Gymnopedie No.3도 방금 첫 음 첫 소절로 내 귀를 사로잡았다.

이제 에릭 사티에 대해 더 알고싶어졌다.

에릭 사티...

그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어떤 인간이냐 당신!!

여유가 생기면 에릭 사티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알아봐야겠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 기쁘다.

+

지금은 그노시엔느가 나오고 있다. 너무좋다!!


이거듣는중






Sunday, June 22, 2025

사람마다


뭔가를 학습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고한다. 

사실 멋진 사람이 한 말을 주워 들은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다.

언어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나는 문법, 단어부터 차곡차곡 배우는 걸 못 견딘다. 뭐 끈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다만 아무튼. 그래서 수능 영어도 문법 공부는 딱히 안 했고, 토익도 문법 공부를 거의 안 했다. 그래도 대충 90점 대, 800중반 대는 나오더라. 살 만 하다. 게으르다고 보면 게으른 게 맞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틀이 맞춰져있다고 꼭 그 틀의 흐름대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대학교 커뮤니티의 구성원 분들이 top-down과 bottom-up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학습 방식인지 토론하는 걸 지켜본 기억이 문득 나는데, 말하자면 난 완전 top-down 파다. 

뭔가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공부한다는 건, 보기에만 좋고 입으면 세 걸음 이상 걸을 수 없는 이상한 드레스같다. 정말 그게 본인한테 잘 맞고 '난 이렇게 차근차근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공부를 한 것 같지 않다'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 몸과 머리로는 도저히 그 개념을 소화할수가 없다.

필요를 느껴야 몸이 움직이는 나는 대학 공부를 할 때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다. 보통은 목차를 눈에 잘 들어오게 한 페이지에 쭉 펼쳐서 그려놓고는 한참을 쳐다본다. 파트들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전체적으로 내가 공부해야 할 주제가 뭔지, 그 주제를 이해하려면 세부주제로 뭘 이해해야하는지 살펴보다보면 사실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된다. 이쯤되니 내 머릿속에는 top-down이나 bottom-up이 별 다를게 없어보인다. 그 개념이 이게 아닌 건가? 

암튼 이런 방식이 나한테 잘 맞다는건 20살 가을에 깨달았다. (별 계기는 없었다. 그냥 그해 여름에 삶이 갑자기 살만해졌고, 공부가 할만해졌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시기다.) '자기주도학습은 이것부터 시작이었구나..! 난 여태 책 앞에서 고통만 받고 공부는 안 한 거였어..' 라는 생각을 하며,, 실제로 내 방식을 찾은 후 같은 양을 공부하고 또 같은 성적을 받았는데도 그 학습에 걸리는 시간과 부담이 현저하게 줄었다. 공부 효율이 늘었다! 야호

수능도 쳤고 심지어 재수도 했으면서 자기한테 잘 맞는 방법을 몰랐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고 돌아보면 그 땐 그냥 뇌를 빼놓고 했던거다. 내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부모님이 받쳐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내일 웹프로그래밍 기말 시험인데, 이번엔 한번..! bottom-up에 다시 한번 도전해봤다가 내일 시험 치러가기 싫어져서 급히 방향을 top-down으로 틀었다. (사실 top down도 아니다. sonnet에게 문제 만들어줘!! 내가 다 풀어볼게 라며 자신만만한 메시지를 보내고는 쏟아지는 문제들을 외면한채 글을 쓰는 중) 재밌게 문제나 몇개 풀다가 시험 치러가야지, 어차피 가서도 문제 풀거니까..



내 평생의 롤모델.... 내 추구미... 현재 바이브





Saturday, June 21, 2025

instagram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제멋대로 기능이 계속 변경되네요.

저번엔 이상한 플러스 버튼이 생기더니 이번엔 라이브 버튼이 사라졌어요.

친구는 자기 프로필에 누적 방문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고 하고..

기록을 남긴다는 게 원래 다 그런거라고 해도, 역시 온라인에 남기는 기록은 훨씬 위태롭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요즘은 하루에도 몇번씩 일기장을 펼쳐서 이것저것 적어두는데, 그때마다 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가장 믿음직한) 공간이 어디인지 고민해도 도저히 답을 내릴수가 없네요.


모르겠다!!



Wednesday, June 18, 2025

복숭아

가 이제 과일가게에 들어온단다

1년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설렌다

내 피를 복숭아로 가득 채워야지 이번 여름엔

여름이 지나면 또 복숭아를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여름이 끝나는게 벌써 아쉽다